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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화생활/빨간책방

이동진의 빨간책방 16회 _ 마종기 시인/ 루시드폴 - 고등어


자야 하는데 또 이러고 있다. 15회까지 포스팅 마치고 들으려고 했으나 데이터가 없어서 음악을 들을 수 없었으므로 의도치 않게 다시 듣기 시작한 이동진의 빨간책방. 실은 루시드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16회 듣기를 미루기도 했던 것 같다. 그냥 졸며 듣고 흘려 듣고 브금 삼아 듣는다 치고 16회를 듣기 시작했는데 역시 또 좋다. 난 여전히 루시드폴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가 읽어준 시 한 편에 오늘 하루가 위로 되었고 그의 노래 고등어 가사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. 아 근데 당분간 노밀가루주간하려고 했는데 오늘 힘이 들어 의지박약, 샌드위치를 두 개나 흡입했다. 그것도 밤 10시 가까운 시각에! 노밀가루주간 실패. 대왕실패.



1시간 31분


<동생을 위한 조시> 8. 혹시 미시령에


동규형 시집 미시령인가 하는 것 좀 빌려줘

너랑 마지막 나눈 말이 이 전화였구나

나도 모르는 곳, 너와 내 말이 끝난 곳

강원도 어디 바람 많은 곳인 모양이던데

요즈음 네 무덤가에서 슴슴한 바람을 만나면

내가 몇 번을 잊어버리고 빌려주지 못한 미시령

혹시 그 곳에 네가 혼자 찾아간 것은 아닐까

내년쯤 일시 귀국을 하면 꼭 찾아가 봐야지

네가 혹시 그 바람 속에 섞여 살고 있을는지

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바람만 만나게 되면

흔들리는 그거라도 옷자락에 묻혀와야지

그 바람 털어낼 때마다 네 말이 들리겠지

내 시를 그렇게 좋아해 준 너는 그러겠지

형, 나도 잘 알아 듣게 쉽고 좋은 시 많이 써

이제 너는 죽고 나는 네 죽음을 시 쓰고 있구나

세상 사는 일이 도무지 어처구니 없구나

시를 쓴다는 일이 이렇게도 하염 없구나


<동생을 위한 조시> 9. 조화


아직 비석도 세우지 못한 네 무덤

꽂아 놓은 조화는 아름답구나

큰 비 온 다음 날도, 불볕의 며칠도

조화는 쓰러지지 않고 웃고 있구나

무심한 모습이 죽지 않아서 좋구나

향기를 남기지 않아서 좋구나


나는 이제 살아 있는 꽃을 보면

가슴 아파진다

며칠이면 시들어 떨어질 꽃의 눈매

그 눈매 깨끗하고 싱싱할 수록

가슴 아파진다

살아 있는 모든 것이 아프다


comment. 어쩜 이렇게 좋아. 이게, 글로 읽었으면 그만한 감동이 오지 않았을는지 모른다. 낭송이란 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구나. 온 마음을 기울여 시 한 편을 들으니 이렇게 좋다. 어쩜. 흔들리는 그거라도 옷자락에 묻혀와야지. 그 바람 털어낼 때마다 네 말이 들리겠지. 어쩜 이런 표현을. 좋다. 이번 생일에 곰언니가 선물해 준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를 읽어야겠다. 남구로역에서 나와 걸어가던 길. 또 한 번 털어내고 비워내어 오늘 하루를 위로 받았다. 



1시간 34분

"너무 좋아하면서도 좋아해도 되나 싶은 시이기도 해요."



1시간 35분

"루시드폴의 서정성은 당대 시인들과 경쟁한다"



1시간 39분

"제가 제일 컴플렉스를 느끼는 게 이런 대화인데, 아 요즘 무슨 철이니까 뭐가 어떻고, 이런거 있잖아요. 꽃도 그렇잖아요. 저는 그걸 외우려고 한 적도 있는데 외워지지가 않더라구요. 근데 굉장히 밝으시고 예민하신 분들은 9월이니까 뭐가 예쁘게 핀다던지.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참 신기해요."


comment. 우와. 나도 이런 거에 컴플렉스를 느껴서 외우려고 해봤는데 잘 안 됐다. 그래서 여전히 모른다. 이동진 기자도 모르는 게 있구나! 



1시간 40분 대

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(루시드폴, 고등어)


comment. 고등어를 들으며 단 한 번도 감동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마음이 동했다. 수고했다. 우리 아빠에게 배운 것. 바깥 일을 안으로 끌여들이지 않을 것. 집안일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지 말 것. 이번주는 특히, 하루하루 꾹꾹 새겨가며 지낼 것. 하나의 기쁨을 원동력 삼아 잘 보낼 것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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