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화생활/시
2014. 11. 5.
김소연, 사랑과 희망의 거리 (수학자의 아침, 문학과 지성사)
사랑과 희망의 거리 우리는서로가 기억하던 그 사람인 척하기 위해애를 쓰고 있다 빗방울에 얼굴을 내미는식물이 되고 싶었다고 말할 뻔했을 때 너, 살면서 나는…… 살면서 나는……그런 말 좀 하지 마죽었으면서 귀가 아프네나는 얼굴을 바꾼다 너무 많은 얼굴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다가면이 열리는 나무였다면가지 끝이 축 처졌을 것이다아니, 부러졌을 것이다 사실은이해를 하고 있다는 걸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어깨로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다가갔다 물러섰다,빗방울이 앉았다 넓어졌다 짙어지는우리의 어깨가얼룩이 질 때 유리창 같다, 니 어깨는……고막이 있니, 니 어깨는…… 필요한 말인지불필요한 말인지알 길이 없는 이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 빗방울의 차이에 대해 말할 줄 아는 사람과 마주앉아 있다빗방울이 되어 하수구로 흘러가는 사람..